골은 없었다.
도움도 없었다.
그런데 어쩌면 이번 경기는 이강인이 골을 넣었던 경기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상대는 레알 마드리드.
경기는 마드리드 더비.
그리고 이강인은 선발로 나와 89분을 뛰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레알 마드리드를 2-1로 꺾었고, 이강인은 자신의 첫 마드리드 더비를 승리로 마쳤다.
불과 며칠 전 오사수나전에서 시즌 2호골을 터뜨리고 경기 MVP까지 차지했던 이강인.
이번에는 골 대신 다른 것을 보여줬다.
아틀레티코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도 자신을 선발로 내보낼 수 있는 선수라는 것.
이강인의 아틀레티코 생활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것일까?
첫 마드리드 더비, 벤치가 아니라 선발이었다
이강인은 이번 여름 PSG를 떠나 아틀레티코로 이적했다.
새로운 리그도 아니다.
마요르카와 발렌시아에서 이미 경험했던 라리가였다.
하지만 아틀레티코에서의 경쟁은 또 다른 문제였다.
특히 마드리드 더비 같은 경기는 다르다.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하는 시즌 최고의 경기 중 하나다.
그런데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이강인을 벤치에 앉히지 않았다.
선발로 내보냈다.
이강인은 공격진에서 조너선 데이비드, 알렉스 바에나 등과 호흡을 맞추며 레알 수비를 상대했다.
그리고 10분, 20분을 뛰고 교체된 것도 아니었다.
89분.
경기 종료 직전까지 그라운드에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강인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마드리드 더비에 선발 출전해 승리까지 경험했다.
음바페의 공을 빼앗고, 쿠르투아의 골문을 노렸다
경기 초반부터 이강인은 적극적이었다.
전반 20분에는 과거 PSG에서 함께 뛰었던 킬리안 음바페의 공을 끊어 공격 전환의 출발점이 됐다.
전반 32분에는 직접 레알 골문을 향해 날카로운 공을 보냈고 티보 쿠르투아가 처리해야 했다.
후반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골문을 노렸다.
후반 11분 직접 슈팅을 시도했고 유효슈팅으로 기록됐다.
골은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마드리드 더비라는 큰 경기에서도 이강인이 단순히 공을 안전하게 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공격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띄었다.
그리고 3분 뒤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2-0을 만든 공격은 이강인의 패스에서 시작됐다
후반 14분.
이강인이 오른쪽에 있던 줄리아노 시메오네에게 공을 전달했다.
시메오네는 지체하지 않고 낮고 빠른 공을 문전으로 보냈다.
그리고 조너선 데이비드가 마무리했다.
2-0.
공식 도움은 시메오네의 기록이다.
따라서 이강인의 공격포인트는 아니다.
하지만 두 번째 골로 이어진 공격의 시작점에 이강인이 있었다.
현지 매체 역시 이 장면을 주목했다.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공격의 방향을 열어주면서 아틀레티코의 추가골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숫자에는 도움 하나가 추가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이런 플레이가 중요하다.
누가 공격의 다음 장면을 만들어냈느냐.
이번에는 이강인이었다.
공격포인트가 없어도 89분을 뛴 이유
이날 이강인의 기록을 조금 더 살펴보면 재미있다.
89분 동안 볼 터치 74회.
패스 58회 중 49회 성공.
패스 성공률 84%.
기회 창출 1회.
유효슈팅 1회.
드리블 성공 1회.
그리고 공격만 한 것도 아니다.
태클 2회와 볼 회수 4회도 기록했다.
풋몹 평점은 7.2점이었다.
화려한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강인이 아틀레티코의 공격 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숫자는 역시 89분이다.
감독이 큰 경기에서 선수를 오래 남겨둔다는 것은 적어도 그 경기 안에서는 그 선수의 역할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PSG 시절과 비교하면 달라진 것이 보인다
그래서 이번 경기가 더욱 흥미롭다.
PSG 시절 이강인에게 가장 큰 문제는 실력 자체만은 아니었다.
워낙 많은 스타가 있는 팀이었고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 자리를 꾸준히 확보하기 어려웠다.
좋은 활약을 해도 다음 경기에서는 다시 벤치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틀레티코에서는 조금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오사수나전에서는 골을 넣고 MVP를 차지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레알 마드리드와의 더비에서도 선발이었다.
심지어 89분을 뛰었다.
좋은 경기 → 다음 중요한 경기 선발 → 장시간 출전.
이 흐름이 반복된다면 이강인의 입지가 PSG 시절과 달라졌다고 말할 근거가 점점 많아진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완전한 주전으로 굳어졌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중요한 경기에서 먼저 선택할 수 있는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신호는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장면도 있었다
좋았던 장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반 44분 이강인이 페데리코 발베르데에게 시도한 태클이 경기 후 큰 논란이 됐다.
이강인의 발이 발베르데의 발목 부근에 들어갔지만 주심은 이강인에게 카드를 주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레알 마드리드의 조제 모리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해당 장면의 사진까지 제시하며 퇴장이 나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알 마드리드 역시 공식 경기 리포트에서 이 장면을 문제 삼았다.
따라서 이번 경기를 이강인의 완벽한 경기였다고만 정리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태클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은 분명히 존재했다.
다만 이 논란과 이강인이 경기에서 보여준 전체적인 활약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판정 논란은 판정 논란이고,
89분 동안 공격과 수비에 관여하며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는 것도 별개의 사실이다.
아틀레티코가 레알을 넘어섰다
경기 자체도 아틀레티코에는 상당히 중요했다.
후반 5분 딘 하위선이 줄리아노 시메오네를 막는 과정에서 퇴장당했고, 이어진 페널티킥을 알레한드로 그리말도가 성공시켰다.
9분 뒤 조너선 데이비드가 추가골을 넣었다.
레알은 경기 종료 직전 안토니오 뤼디거가 한 골을 만회했지만 더 이상 따라잡지 못했다.
아틀레티코 2-1 레알 마드리드.
이 승리로 아틀레티코는 5승 1무 1패, 승점 16을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섰다. 레알은 승점 15에 머물렀다. (Reuters)
그리고 그 승리를 만든 선발 11명 가운데 이강인이 있었다.
이제 질문이 달라지고 있다
이강인이 아틀레티코로 처음 이적했을 때 질문은 이랬다.
“이강인이 아틀레티코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을까?”
조금씩 질문이 바뀌고 있다.
오사수나전에서는 골을 넣고 MVP가 됐다.
이어진 레알 마드리드전에서는 마드리드 더비에 선발로 출전해 89분을 뛰었다.
추가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관여했다.
그리고 팀은 레알을 꺾었다.
물론 아직 9월이다.
몇 경기의 활약만으로 한 시즌의 주전 경쟁이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부진하면 다시 경쟁해야 하고, 아틀레티코의 선수층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달라졌다.
이제 이강인은 출전 기회를 기다리는 선수가 아니라,
마드리드 더비 같은 경기에서 선발 출전 여부 자체가 자연스럽게 논의되는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
골이나 도움보다 어쩌면 이것이 더 큰 변화다.
첫 마드리드 더비.
89분 출전.
그리고 2-1 승리.
이강인의 아틀레티코 생활은 이제 정말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 참조하면 좋은 글
2호골·MVP 찍고 음바페와 첫 마드리드 더비https://worldalive24.com/2026/09/20/%ec%9d%b4%ea%b0%95%ec%9d%b8-%ec%a0%9c%eb%8c%80%eb%a1%9c-%ed%84%b0%ec%a1%8c%eb%8b%a42%ed%98%b8%ea%b3%a8%c2%b7mvp-%ec%b0%8d%ea%b3%a0-%ec%9d%8c%eb%b0%94%ed%8e%98%ec%99%80-%ec%b2%ab-%eb%a7%88/
참고자료
· Reuters – Atlético ride derby storm to beat 10-man Real Madrid 2-1
· 연합뉴스 – 이강인 태클 논란 및 조제 모리뉴 경기 후 기자회견
· Real Madrid CF – Atlético Madrid전 공식 경기 리포트
· 현지 매체 ElDesmarque – 이강인 마드리드 더비 경기 평가
· FotMob – Atlético Madrid vs Real Madrid 경기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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