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A매치 최다 득점자가 바뀌었다.
주인공은 역시 손흥민이었다.
2026년 10월 6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전반 6분 한국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오른발로 낮게 깔아 찼고, 공은 수비벽을 피해 골문 오른쪽 아래로 들어갔다.
손흥민의 A매치 통산 59번째 골.
이 한 골로 손흥민은 오랫동안 한국 축구의 상징적인 기록으로 남아 있던 차범근의 58골을 넘어섰다.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A매치 골을 넣은 선수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59골은 과연 얼마나 대단한 기록일까?
무려 48년 가까이 깨지지 않았던 기록
손흥민 이전 기록 보유자는 차범근이었다.
차범근은 국가대표로 136경기에 출전해 58골을 기록했다.
마지막 58번째 골을 넣은 것은 1978년 12월 17일 방콕 아시안게임 중국전이었다.
이후 수많은 한국의 공격수들이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누구도 이 기록을 넘어가지 못했다.
황선홍, 최순호, 이동국, 박주영 같은 한국을 대표했던 공격수들도 58골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리고 약 48년이 흐른 2026년.
손흥민이 마침내 새로운 기록을 만들었다.
정확히는 차범근이 58번째 골을 넣은 뒤 47년 9개월 21일 만에 나온 신기록이다.
그래서 이번 59호골은 단순히 한 골을 추가했다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한국 축구에서 거의 반세기 동안 유지됐던 기록의 주인이 바뀐 순간이었다.
손흥민은 151경기에서 59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우즈베키스탄전이 자신의 151번째 A매치였다.
151경기 59골.
차범근은 136경기에서 58골을 기록했다.
단순히 경기당 득점만 비교하면 차범근이 조금 앞선다.
하지만 두 선수가 뛰었던 시대와 대표팀 환경이 완전히 다른 만큼 경기당 득점만으로 누가 더 뛰어난 공격수였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오히려 손흥민 기록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기간이다.
손흥민은 2010년 18세의 나이로 처음 국가대표팀에 데뷔했다.
그리고 2026년까지 무려 16년 동안 대표팀에서 골을 쌓았다.
한두 시즌 폭발해서 만든 기록이 아니다.
10대부터 20대를 지나 30대 중반까지 한국 대표팀 공격의 중심을 지키며 만든 59골이다.
첫 골은 18살이었다
손흥민의 A매치 첫 골은 2011년 1월에 나왔다.
카타르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 인도전이었다.
당시 손흥민은 만 18세였다.
그리고 15년이 넘게 흐른 뒤 34세가 된 손흥민은 자신의 59번째 골을 기록했다.
그 사이 한국 축구에는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표팀 감독이 여러 차례 바뀌었고 함께 뛰었던 동료들도 계속 달라졌다.
손흥민의 역할 역시 변했다.
어린 시절에는 빠른 스피드와 돌파가 강점인 측면 공격수였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대표팀 공격을 책임지는 에이스가 됐다.
최근에는 최전방과 2선까지 오가며 공격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 변화 속에서도 꾸준히 골을 기록했다는 것이 59골의 가치를 높인다.
월드컵에서도 세 번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기록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큰 무대에서도 골을 넣었다는 점이다.
손흥민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시작으로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경험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통산 3골을 기록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
2018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
그리고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은 독일전.
특히 독일전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골을 넣으며 당시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독일을 상대로 한국의 2-0 승리를 완성했다.
손흥민의 월드컵 3골은 안정환, 박지성과 함께 한국 선수 월드컵 본선 최다 득점 기록이다.
즉 손흥민의 59골에는 단순한 친선경기 득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월드컵과 아시안컵, 월드컵 예선 등 한국 축구의 중요한 순간들이 함께 들어 있다.
58호골을 넣고 불과 8일 뒤였다
기록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흥미롭다.
손흥민은 9월 28일 우루과이전에서 A매치 58호골을 넣으며 차범근과 공동 1위에 올랐다.
그리고 불과 8일 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다시 골을 넣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얻어낸 프리킥이었다.
황희찬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드리블하는 과정에서 상대 핸드볼 반칙이 나왔고, 손흥민이 직접 키커로 나섰다.
오른발로 낮게 깔아 찬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공동 1위가 된 뒤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았다.
바로 다음 A매치 기간에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59골은 끝난 기록이 아니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
손흥민의 기록은 59골에서 끝난 기록이 아니라는 것이다.
손흥민은 아직 현역이다.
LAFC에서도 뛰고 있고 대표팀에서도 여전히 주장과 공격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A매치에 출전해 골을 넣을 때마다 한국 남자축구 최다 득점 기록은 계속 늘어난다.
60골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도 바로 앞에 있다.
어쩌면 앞으로 한국 선수들이 도전해야 할 기록은 차범근의 58골이 아니라 손흥민이 은퇴할 때 남겨놓을 최종 기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손흥민은 “빨리 깨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록을 세운 뒤 손흥민의 반응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이라고 말하면서도 이 기록을 혼자 만든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2010년 대표팀 데뷔 이후 함께했던 선수들과 감독, 코치 그리고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자신의 기록이 얼마나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는 뜻밖의 답을 내놨다.
후배들이 빨리 기록을 깼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자신이 차범근이라는 한국 축구의 전설을 넘어섰듯 앞으로 자신보다 뛰어난 후배가 나타나 한국 축구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차범근과 손흥민, 숫자만으로 비교할 필요는 없다
손흥민이 59골을 기록하면서 자연스럽게 차범근과의 비교도 나온다.
하지만 두 선수를 단순히 숫자로 비교해 누가 더 위대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차범근은 한국 선수가 유럽 무대에서 성공하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대에 독일 분데스리가를 개척했다.
손흥민은 그 길을 이어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득점왕까지 차지했고 오랜 기간 한국 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다.
시대도 다르고 축구 환경도 다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한 시대의 기록을 다음 세대의 선수가 넘어섰다는 것이다.
차범근의 58골이 있었기 때문에 손흥민의 59골도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손흥민의 기록 역시 또 다른 한국 선수가 넘어야 할 목표가 될 것이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기준이 된 59골
손흥민의 A매치 59골을 단순히 숫자 하나로 보면 그 의미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18세에 첫 골을 넣었다.
16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다.
네 번의 월드컵을 경험했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세 골을 넣었다.
그리고 151번째 A매치에서 마침내 차범근의 58골을 넘어섰다.
47년 9개월 넘게 깨지지 않았던 한국 남자축구 최다 득점 기록.
이제 그 기록의 주인은 손흥민이다.
그리고 아직 그의 국가대표 경력은 끝나지 않았다.
59골이 최종 기록이 될지, 60골을 넘어 얼마나 더 높아질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앞으로 한국 공격수들이 바라봐야 할 숫자가 달라졌다.
58이 아니라 이제 59, 그리고 손흥민이 앞으로 만들어갈 그 이상의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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