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들이 불쌍하다”…김민재는 왜 경기 후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을까?

한국 축구대표팀이 베네수엘라와 0-0으로 비겼다.

스코어만 보면 실점 없이 끝낸 무승부다. 하지만 경기 후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결과가 아니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수 김민재가 상당히 강한 어조로 대표팀 경기력에 아쉬움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오늘은 수비 선수들이 불쌍했다.”

김민재는 단순히 공격수들이 골을 넣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대표팀 전체의 움직임이었다.

왜 김민재는 경기 후 이례적으로 강한 목소리를 냈을까?

0-0이었지만 수비는 계속 위험했다

한국은 10월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문제는 경기 내용이었다.

한국은 상대의 강한 압박에 빌드업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 45분이 돼서야 첫 슈팅이 나왔고, 경기 전체 슈팅에서도 베네수엘라에 7-12로 밀렸다.

후방에서 공을 앞으로 운반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공을 빼앗긴 뒤 역습을 허용하는 장면도 반복됐다.

그리고 그 부담은 자연스럽게 김민재를 비롯한 수비진에게 돌아갔다.

김민재는 여러 차례 상대 역습을 차단하며 무실점에 힘을 보탰지만, 경기 내용에 대한 답답함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교체돼 벤치로 돌아온 뒤 모레노 감독과 대화를 나눴고, 축구화를 벗어 던지는 모습도 중계 화면에 잡혔다.

김민재가 말한 핵심은 ‘포백’이 아니었다

경기 후 김민재의 발언을 자세히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최근 대표팀을 둘러싸고 모레노 감독의 4-4-2와 수비 전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김민재는 문제를 단순히 포백으로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팀 전체가 함께 경합하고 수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비 전술의 숫자를 바꾸는 것보다 공격수부터 수비수까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것이 먼저라는 의미에 가깝다.

김민재는 개인이 돋보이는 것보다 팀 전체가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다.

더 강한 표현도 나왔다.

7-0이나 9-0으로 이겼더라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즉 김민재가 불만을 표시한 대상은 0-0이라는 결과 자체가 아니었다.

경기 과정에서 대표팀이 ‘원팀’으로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왜 수비수에게 부담이 몰렸을까?

축구에서 수비는 수비수 네 명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공을 잡았을 때 공격수부터 압박하고, 미드필더가 패스 길을 막고, 그 뒤에서 수비진이 공간을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앞선 압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공을 잃은 뒤 빠르게 수비로 전환하지 못하면 상대 선수는 비교적 쉽게 수비진까지 접근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전에서 한국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이런 부분이었다.

특히 후방 빌드업에서 공을 잃으면 수비수들은 이미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올라간 동료들의 뒤쪽에서 넓은 공간을 막아야 한다.

김민재가 이야기한 ‘수비수들이 불쌍하다’는 표현도 이런 경기 흐름과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수비수는 잘했고 공격수는 못했다는 식으로 나눌 문제는 아니다.

김민재가 강조한 것도 결국 공격과 수비를 포함한 팀 전체의 움직임이었다.

손흥민도 김민재의 마음을 이해했다

주장 손흥민의 반응도 주목할 만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김민재의 발언에 대해 그의 상황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민재가 매 경기 뒤에서 버텨주고 있기 때문에 공격수들도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장으로서 김민재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뜻도 전했다.

그러면서 완벽에 가까운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희생이 필요하고, 이날은 수비수들이 특히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어도 공개된 인터뷰만 놓고 보면 김민재의 발언을 선수단 내부의 갈등으로 확대해서 해석할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오히려 손흥민 역시 대표팀에 개선할 부분이 있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모레노 감독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더 관심을 끈 것은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의 반응이었다.

모레노 감독은 김민재가 대표팀에서 중요한 선수이고 충분히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다만 선수들이 뛰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즉 김민재의 문제 제기를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경기력 부진의 원인을 선수들의 노력 부족 하나로만 설명하는 데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이 부분이 앞으로 모레노호를 지켜볼 중요한 포인트다.

감독이 원하는 축구와 선수들이 실제 경기장에서 느끼는 어려움 사이의 간격을 얼마나 빨리 줄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에콰도르 3-0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모레노 감독의 출발은 좋았다.

한국은 첫 경기였던 에콰도르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이후 우루과이에 1-4로 패했고, 베네수엘라전에서는 0-0으로 비겼다.

3경기 1승 1무 1패.

결과만으로 새로운 감독의 전술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경기 수가 많지 않다.

하지만 경기 내용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전에서 나온 김민재의 발언은 앞으로 대표팀이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서가 됐다.

전술의 숫자를 바꾸는 것보다 11명이 얼마나 함께 움직일 수 있느냐가 먼저라는 것이다.

이제 우즈베키스탄전이 중요해졌다

한국은 10월 6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이번 A매치 4연전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에서는 승패뿐 아니라 베네수엘라전에서 나타난 문제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

공을 잃었을 때 공격수들이 얼마나 빠르게 수비에 가담하는지, 중원과 수비진의 간격은 줄어드는지, 그리고 후방에서 시작되는 빌드업이 상대 압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벗어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민재의 말처럼 대표팀이 정말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지도 볼 수 있다.

김민재가 경기 후 강한 목소리를 낸 이유는 단순히 한 경기에서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0-0이라는 결과보다 그 0-0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 답답했던 것이다.

모레노호는 이제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한 경기 결과만으로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마다 어떤 문제가 나타나고 그것이 다음 경기에서 실제로 개선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10월 6일 우즈베키스탄전은 그 첫 번째 확인 무대가 될 수 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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