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를 따라다닌 숫자가 있다.
115.
2023년 프리미어리그가 맨시티를 기소하면서 등장한 숫자다.
그리고 2026년 9월, 이 사건은 다시 폭발했다.
영국 언론 보도를 인용한 로이터에 따르면 독립위원회가 맨시티에 제기된 115개 혐의 가운데 114개를 인정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만 보면 엄청나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맨시티가 도대체 뭘 115번이나 잘못했다는 걸까?
그리고 또 하나.
이 정도 판단이 나왔다면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이는데, 왜 맨시티는 여전히 “우리는 결백을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걸까?
115번 서로 다른 일을 했다는 뜻은 아니다
먼저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부터 볼 필요가 있다.
맨시티가 서로 다른 부정을 115번 저질렀다는 의미는 아니다.
프리미어리그가 문제 삼은 것은 크게 몇 가지 종류다.
정확한 재무정보를 제공했는가.
감독과 선수에게 지급한 보수를 제대로 신고했는가.
UEFA의 재정 규정을 준수했는가.
프리미어리그의 수익성·지속가능성 규정을 지켰는가.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프리미어리그에 제대로 협조했는가.
이런 문제가 여러 시즌에 걸쳐 반복됐다고 판단해 각각의 규정 위반을 계산하면서 숫자가 100개를 넘어간 것이다.
핵심은 ‘스폰서 돈’이다
복잡한 사건이지만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의외로 단순하다.
맨시티가 벌었다고 신고한 스폰서 수입이 정말 스폰서가 지급한 돈이었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축구단이 실제 사업으로 1,000억 원을 벌었다고 생각해보자.
구단주가 여기에 자기 돈 500억 원을 추가하면 총 1,500억 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재정 규제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막대한 자산을 가진 구단주가 계속 돈을 투입해 선수들을 영입한다면 다른 구단들과의 경쟁 조건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구단주 측에서 나온 돈이 구단 장부에서는 정상적인 스폰서 수익으로 기록됐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구단주가 넣은 돈이 아니라 구단이 스스로 벌어들인 상업수익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가 맨시티의 재무정보와 스폰서 수입을 문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치니의 ‘이중계약’도 문제가 됐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이 로베르토 만치니 전 감독이다.
과거 보도에서는 만치니가 맨시티 감독으로 일하면서 아부다비의 알자지라와 별도의 컨설턴트 계약을 맺고 추가 보수를 받은 문제가 제기됐다.
프리미어리그가 문제 삼은 것은 감독에게 실제 지급된 보수가 정확하게 신고됐느냐는 것이다.
만약 공식적으로 알려진 계약 외에 구단과 관련된 다른 경로를 통해 돈을 지급했다면 실제 인건비가 장부에 나타난 것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만치니도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중계약 문제에 대해 자신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Reuters)
결국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그래서 115개 혐의를 아주 단순하게 압축하면 이런 질문이 된다.
맨시티는 실제보다 수입은 크게, 비용은 작게 보이도록 재무정보를 제출했는가?
만약 그렇다면 단순한 회계 문제가 아니다.
프리미어리그의 재정 규제는 구단이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를 기준으로 작동한다.
그 출발점인 숫자가 잘못됐다면 선수 영입과 임금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이 맨시티의 과거 성적과 우승까지 연결돼 거론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맨시티는 이렇게 자신만만할까?
여기서 사건이 흥미로워진다.
114개 혐의가 인정됐다는 보도가 나왔는데도 맨시티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칼둔 알 무바라크 회장은 팬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법적 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고, 구단은 계속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페란 소리아노 CEO 역시 최근 유럽축구클럽 이사회에서 맨시티가 자신들의 이름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절차가 앞으로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Reuters)
맨시티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절차가 항소다.
양측은 판결에 대해 14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고, 항소가 이뤄지면 새로운 3인 위원회가 사건을 심리한다.
항소위원회는 기존 판단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이를 변경하거나 다른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Sky Sports)
따라서 지금 나온 숫자만 보고 최종 결과까지 확정됐다고 보는 것은 이르다.
과거 UEFA와 싸워 뒤집은 경험도 있다
맨시티가 자신감을 보이는 또 하나의 배경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2020년 UEFA 사건이다.
당시 UEFA는 맨시티에 유럽대항전 2년 출전 금지와 벌금을 부과했다.
맨시티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했다.
결과는 크게 달라졌다.
CAS는 일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거나 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하면서 유럽대항전 출전 금지를 취소했고 벌금도 크게 줄였다.
맨시티 입장에서는 거대한 재정규정 사건에서 이미 한 번 중요한 결정을 뒤집어본 경험이 있는 셈이다. (Sky Sports)
하지만 이번 사건을 2020년 사건과 똑같이 보면 안 된다.
적용되는 규정도 다르고 사건을 다루는 기관도 다르다.
특히 이번 프리미어리그 사건은 CAS로 가져갈 수 없다.
프리미어리그 규정에 따른 별도의 항소위원회가 최종적인 항소 절차를 담당한다. (Sky Sports)
따라서 “예전에도 뒤집었으니 이번에도 뒤집을 것이다”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렇다면 정말 강등될 수도 있을까?
가능한 징계 범위 자체는 넓다.
벌금부터 승점 삭감 등 여러 스포츠 제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사실은 아직 구체적인 징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에는 이번 사건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는 단순한 공식이 없다.
예를 들어
114개 인정 = 승점 50점 삭감
같은 규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별도의 절차를 통해 제재가 결정돼야 한다. (Sky Sports)
그래서 현재 인터넷에서 보이는
“맨시티 강등 확정”
“우승 박탈 확정”
“승점 대규모 삭감 확정”
같은 표현은 앞서 나간 이야기다.
‘114개 인정’인데도 아직 끝난 사건이 아니다
이번 사건이 특히 혼란스러운 이유가 이것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핵심 내용 상당수는 공개된 공식 판결문이 아니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프리미어리그와 맨시티 사이의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고, 프리미어리그도 아직 세부 판결 내용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Sky Sports 역시 절차가 항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Sky Sports)
따라서 114라는 숫자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최종 결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가 많다.
맨시티가 항소에서 어떤 혐의를 다투는지, 어떤 증거를 제시하는지, 기존 판단 가운데 얼마나 유지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떤 징계가 내려지는지를 봐야 한다.
이 사건의 진짜 결말은 아직 남아 있다
115개 혐의라는 숫자 때문에 사건은 복잡해 보인다.
하지만 본질은 비교적 명확하다.
맨시티가 프리미어리그에 제출한 재무정보가 실제 돈의 흐름을 정확하게 보여줬느냐.
프리미어리그 측 주장이 최종적으로 유지된다면 단순한 회계 실수가 아니라 경쟁의 공정성까지 건드리는 문제가 된다.
반대로 맨시티가 항소 과정에서 핵심 판단을 뒤집는다면 이야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과거 UEFA 사건에서 맨시티가 중요한 제재를 뒤집었던 전례 때문에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를 예상하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CAS에 갈 수도 없고 사건 자체도 다르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 “맨시티는 끝났다”도, “결국 빠져나올 것이다”도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114개 인정 보도는 끝이 아니라 어쩌면 이 사건의 두 번째 막이 시작됐다는 신호에 더 가깝다.
그리고 맨시티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혐의를 뒤집을 수 있는지가 앞으로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참고자료
Reuters — 맨시티 115개 혐의 판결 보도
Reuters — 맨시티 사건의 진행 과정과 혐의 내용
Reuters — 맨시티 CEO의 최근 입장
Sky Sports — 115개 혐의와 쟁점 설명
Sky Sports — 맨시티의 항소 절차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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