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프리미어리그 최하위다.
순위 이야기가 아니다.
뛰는 양에 관한 이야기다.
최근 공개된 GeniusIQ의 피지컬 데이터에 따르면 맨유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고강도 주행거리, 고강도 활동시간, 스프린트 횟수, 스프린트 시간 등 네 가지 지표에서 모두 20위를 기록했다.
20개 팀 가운데 가장 낮다.
더 충격적인 장면은 풀럼전이었다.
맨유는 풀럼보다 6.6km를 덜 뛰었다.
그리고 후반 초반 맨유 선수들이 걷는 듯한 모습을 지켜보던 구단 레전드 게리 네빌은 자신이 봐온 맨유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15분이었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맨유 선수들은 정말 뛰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마이클 캐릭이 만들고 있는 축구 자체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풀럼보다 6.6km를 덜 뛰었다
맨유는 9월 20일 풀럼 원정에서 1-1로 비겼다.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경기 내용은 더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맨유가 이날 이동한 거리는 110.2km였다. 해당 라운드 프리미어리그 팀 가운데 두 번째로 적었다.
특히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문제가 눈에 띄었다.
풀럼전에서 맨유는 비소유 시간의 52.98%를 걷는 데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시즌 맨유의 평균도 51.13%로 리그 17위 수준이다.
후반 초반에는 풀럼이 훨씬 강한 에너지로 밀고 나왔다.
결국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자책골까지 나오면서 맨유가 끌려갔다.
다행히 후반 44분 마테우스 쿠냐의 슈팅이 굴절되면서 1-1이 됐지만, 경기 후 쿠냐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풀럼이 후반 시작과 함께 자신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보여줬으며 그런 상황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한 경기만이 아니었다
풀럼전에서만 이런 숫자가 나왔다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경기라고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시즌 전체 데이터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GeniusIQ 자료에서 맨유는 네 가지 고강도 활동 지표 모두 리그 최하위다.
특히 Opta 기준으로도 맨유의 고속 주행 횟수는 1,691회로 공동 최하위였다. (Sky Sports)
즉 단순히 풀럼전에서 유난히 덜 뛴 것이 아니다.
시즌 초반부터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다.
더구나 맨유의 출발도 좋지 않다.
프리미어리그 5경기에서 얻은 승점은 5점.
1승밖에 거두지 못했고,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5경기 기준 구단의 공동 최소 승점 기록이다.
지난 시즌 캐릭 감독 아래에서 3위까지 올라가며 분위기를 바꿨던 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예상하기 어려웠던 출발이다.
그런데 ‘적게 뛴다 = 열심히 안 한다’일까?
여기서 한 가지 조심해야 한다.
축구에서 많이 뛴다고 반드시 잘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적게 뛰었다고 선수들이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실제로 재미있는 숫자가 하나 있다.
이번 시즌 맨유가 전체 이동거리에서 앞선 상대는 맨체스터 시티뿐이다. 그런데 맨시티는 현재 리그 선두다.
즉 뛰는 거리와 순위가 그대로 비례하지는 않는다.
공을 오래 소유하면서 상대를 움직이게 만드는 팀이라면 상대보다 적게 뛰고도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총거리보다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강하게 뛰느냐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맨유의 숫자가 걱정스럽다.
총거리뿐 아니라 고강도 움직임과 스프린트 지표까지 최하위권이기 때문이다.
캐릭의 축구 방식도 살펴봐야 한다
그렇다면 전술의 영향은 없을까?
있다.
캐릭의 맨유가 모든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따라다니는 맨투맨 압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을 중심으로 수비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무조건 상대를 따라 뛰는 축구와는 이동거리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즉 맨유의 낮은 활동량 가운데 일부는 전술적인 선택의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캐릭 역시 풀럼전 이후 선수들의 에너지가 부족했다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프리미어리그 팀은 거의 없으며, 맨유가 경기 막판에는 오히려 강하게 몰아붙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말에도 일리는 있다.
실제로 맨유는 풀럼전에서 29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2003-04시즌 이후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원정에서 이보다 많은 슈팅을 기록한 경기는 단 한 번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팀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29번 슈팅했는데 왜 1골밖에 못 넣었을까?
바로 이것이 현재 맨유의 이상한 부분이다.
슈팅은 많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공격의 질은 숫자만큼 높지 않았다.
풀럼전 맨유의 기대득점(xG)은 1.59, 풀럼은 1.57이었다.
슈팅 숫자는 29대12였지만 기대득점에서는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공을 잡고 공격하는 것과 상대가 가장 불편해하는 순간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상대가 수비 조직을 갖추기 전에 전환해야 하고,
공을 빼앗긴 순간에는 다시 빠르게 압박해야 하며,
동료가 공을 잡았을 때는 공이 없는 선수들이 공간으로 뛰어줘야 한다.
이런 순간에 필요한 것이 바로 고강도 움직임이다.
맨유의 데이터가 단순한 체력 문제가 아니라 전술적인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는 이유다.
골을 먹은 뒤에야 뛰기 시작한다
쿠냐의 경기 후 발언에서 더 눈에 들어오는 말이 있었다.
맨유가 실점한 뒤에는 항상 더 좋은 경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런 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풀럼전에서도 그랬다.
끌려가기 시작하자 맨유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공격 숫자가 늘었고 결국 쿠냐의 동점골도 나왔다.
그렇다면 체력이 없어서 뛰지 못하는 것과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뛸 수 있는데 필요한 순간에 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가 생긴다.
경기가 급해진 뒤에야 강도를 높이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선수 개인의 체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경기를 어떤 강도로 시작할 것인지, 어느 순간 압박을 걸 것인지에 대한 팀 전체의 기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지난 시즌에는 캐릭이 맨유를 살려냈다
그렇다고 캐릭의 축구가 실패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너무 이르다.
지난 시즌 캐릭은 후벵 아모림의 뒤를 이어 맨유를 맡았다.
그리고 리그 17경기에서 12승을 거두며 팀을 3위와 챔피언스리그 진출로 이끌었다.
당시 맨유의 경기당 승점은 2.3점이었다.
이번 시즌은 5경기에서 5점.
경기당 1점이다.
같은 감독인데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선수들이 뛰지 않는다”는 비판보다 왜 지난 시즌 작동했던 맨유의 에너지가 이번 시즌에는 사라져 보이는지를 찾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몇 km 뛰었느냐’가 아니다
맨유의 활동량 데이터는 분명 충격적이다.
고강도 주행거리 20위.
고강도 활동시간 20위.
스프린트 횟수 20위.
스프린트 시간 20위.
하지만 이 숫자만 보고 선수들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도 위험하다.
전술적인 영향이 있고, 경기 상황과 점유율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한 가지 질문은 피하기 어렵다.
맨유가 원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 지금의 움직임으로 충분한가?
현재까지의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다.
5경기에서 승점 5점.
풀럼보다 6.6km를 덜 뛰었고,
팀 선수인 쿠냐조차 상대가 자신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캐릭은 이제 3주간의 A매치 휴식기를 갖는다. (Reuters)
체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인지,
압박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인지,
선수들의 움직임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것인지.
캐릭이 찾아야 할 답은 단순히 “더 뛰어라”가 아닐 것이다.
언제 뛰고, 어디로 뛰고, 왜 뛰어야 하는지를 다시 명확하게 만드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지금 맨유에게 가장 필요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 Sky Sports – Manchester United running stats for Michael Carrick’s side examined
· Reuters – League-worst running numbers pile pressure on United
· Opta Analyst – Fulham 1-1 Manchester United Stats
· Manchester United – Fulham전 및 Michael Carrick 인터뷰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