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튼에 0-3으로 졌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이었던 아스널이 제대로 한 방을 맞았다.
그런데 불과 며칠 뒤 전혀 다른 소식이 나왔다.
미켈 아르테타가 아스널과 새로운 계약에 합의했다.
기존 계약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만료될 예정이었다.
영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아스널과 아르테타는 이미 새로운 계약에 합의했고, 계약이 계획대로 이어진다면 아르테타는 2030년까지 아스널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
브라이튼전만 보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스널은 3골을 내주며 완패했고 경기 내용에서도 브라이튼에 밀렸다.
그런데 구단은 감독에게 오히려 더 긴 시간을 주려고 한다.
왜일까?
답은 한 경기보다 지난 7년 가까이 아르테타가 아스널에서 만들어놓은 변화를 보면 조금 더 분명해진다.
0-3으로 졌지만 아스널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19일 브라이튼전은 아스널에 상당히 충격적인 경기였다.
아스널은 개막 후 리그 4연승을 달리고 있었지만 브라이튼에 0-3으로 완패했다.
파스칼 그로스, 하랄람포스 코스툴라스, 체마 안드레스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아르테타도 변명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브라이튼이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며 패배를 인정했고, 자신의 팀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아르테타의 재계약 논의는 이 패배 때문에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미 수개월 동안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스널 공동 회장 조시 크뢴케는 지난 5월부터 아르테타의 미래를 확보하는 것이 구단의 우선 과제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즉 브라이튼전 0-3과 재계약을 직접 연결해서 볼 필요는 없다.
아스널은 한 경기의 결과가 아니라 더 긴 시간을 보고 있었다.
2019년의 아스널을 생각하면 이유가 보인다
아르테타가 처음 아스널 감독이 된 것은 2019년 12월이었다.
당시 아스널은 지금과 전혀 다른 팀이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떠난 뒤 방향을 잡지 못했고, 우나이 에메리 체제도 오래가지 못했다.
아르테타가 부임했을 당시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 10위에 머물러 있었다.
감독 경험도 없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펩 과르디올라의 코치로 일했던 것이 지도자 경력의 대부분이었다.
그런 감독에게 아스널은 팀 재건을 맡겼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도 아니다.
8위.
다시 8위.
5위.
당장 성적만 놓고 보면 감독 교체 이야기가 나올 만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아스널은 기다렸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 번의 준우승, 그리고 마침내 우승
아스널은 2022-23시즌부터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정상까지는 쉽지 않았다.
한 번 준우승.
다시 준우승.
그리고 또 준우승.
3시즌 연속 2위.
우승을 눈앞에 두고 계속 놓쳤다.
이 정도면 감독에게 상당한 압박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스널은 또 기다렸다.
결국 지난 2025-26시즌 마침내 결과가 나왔다.
22년 만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아스널이 마지막으로 리그 정상에 올랐던 것은 2003-04시즌 무패 우승이었다.
그 긴 기다림을 끝낸 감독이 아르테타였다.
아스널 입장에서는 이제 아르테타를 단순히 현재 팀을 맡고 있는 감독으로 보기 어려워졌다.
구단의 긴 재건 프로젝트를 실제 우승까지 완성시킨 감독이 된 것이다.
아스널이 산 것은 감독의 ‘몇 년’만이 아니다
아르테타 체제에서 달라진 것은 성적만이 아니다.
아스널의 선수 구성 자체가 바뀌었다.
부카요 사카를 중심으로 젊은 선수들이 성장했고, 구단은 필요한 포지션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아르테타가 원하는 선수단을 만들어왔다.
무엇보다 이제 아스널에는 분명한 축구 방식이 있다.
후방에서부터 공을 전개하고,
높은 위치에서 상대를 압박하고,
경기를 자신들이 원하는 위치에서 통제하려 한다.
세트피스 역시 중요한 무기가 됐다.
물론 이런 축구가 항상 재미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앞선 브라이튼전에서 봤듯이 아스널의 경기 운영이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답답하게 보이는 날도 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아스널이라는 팀의 방향이 분명해졌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감독을 바꾼다는 것은 단순히 벤치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을 교체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구축한 선수단과 전술, 코칭스태프, 영입 방향까지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아스널이 아르테타와 계속 가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브라이튼전 패배가 오히려 흥미로운 이유
그래서 이번 재계약 소식이 브라이튼전 직후 나왔다는 것이 재미있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브라이튼과 아스널의 축구를 비교했다.
브라이튼은 빠르고 공격적이었다.
아스널은 상대적으로 답답했다.
결과도 3-0이었다.
아르테타의 축구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아스널 구단의 판단은 한 경기와는 다른 차원에 있다.
좋은 감독은 한 번도 지지 않는 감독인가?
아니면 장기적으로 팀을 더 높은 위치로 끌어올리는 감독인가?
아스널은 후자에 가까운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 0-3 이전의 아스널은 전승이었다
브라이튼전만 보면 아스널에 큰 문제가 생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즌 전체를 조금 넓게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스널은 브라이튼을 만나기 전까지 리그 개막 4경기를 모두 이겼다.
지난 시즌 우승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좋은 출발을 하고 있었다.
브라이튼전은 이번 시즌 아스널의 첫 리그 패배였다.
물론 0-3이라는 결과는 가볍지 않다.
하지만 한 번의 패배 때문에 지난 몇 년간의 성과와 방향을 모두 뒤집을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아스널 입장에서는 이런 순간에도 장기적인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아르테타도 아스널에 남고 싶어 했다
구단만 원하는 것도 아니다.
아르테타 역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아스널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야기해왔다.
공교롭게도 브라이튼전을 하루 앞둔 기자회견에서도 계약 문제가 나왔다.
아르테타는 구단과 자신이 같은 야망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시간이 되는 대로 계약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리고 며칠 뒤 실제 합의 소식이 전해졌다.
2019년 처음 아스널 감독이 됐던 아르테타가 2030년까지 지휘한다면 한 클럽에서 10년 이상을 보내는 감독이 될 수도 있다.
현재 그는 이미 잉글랜드 상위 4개 리그 감독 가운데 가장 오래 현재 팀을 지휘하고 있는 감독이다.
현대 축구에서는 상당히 보기 드문 길이다.
이제부터는 또 다른 시험이다
하지만 재계약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질문이 시작된다.
아르테타는 이미 아스널을 다시 우승팀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목표는 무엇일까?
한 번의 우승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우승하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브라이튼전 같은 경기가 바로 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보여준다.
상대가 강한 압박으로 아스널의 빌드업을 흔들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경기가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때 얼마나 빠르게 변화를 줄 것인가.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공격적인 축구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을 것인가.
우승팀이 된 순간부터 상대 팀들도 아스널을 이전과 다르게 분석하기 시작한다.
아르테타 역시 계속 진화해야 한다.
아스널은 결국 ‘시간’을 선택했다
축구에서는 몇 경기만 부진해도 감독 교체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빅클럽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스널은 지난 몇 년 동안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기다렸다.
우승을 세 번 연속 놓쳤을 때도 기다렸다.
그리고 결국 22년 만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이번 계약 합의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브라이튼에 0-3으로 졌다.
분명 좋지 않은 경기였다.
아르테타의 축구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스널이 바라본 것은 그 90분이 아니라 지난 7년과 앞으로의 몇 년이었다.
그래서 이번 계약의 의미는 단순히 감독 한 명의 재계약보다 조금 더 크다.
아스널은 또 한 번 감독을 바꾸는 대신 자신들이 만들어온 방향을 계속 믿기로 한 것이다.
이 선택이 또 다른 우승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언젠가 너무 긴 기다림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아스널의 선택은 분명하다.
아르테타와 함께 더 오래 가는 것.
참고자료
· Reuters – Mikel Arteta agrees new Arsenal contract 보도
· Sky Sports – Mikel Arteta contract: Arsenal boss agrees new deal
· The Guardian – Mikel Arteta agrees contract extension expected to keep him at Arsenal until 2030
· Arsenal 공식 홈페이지 – Mikel Arteta 및 구단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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