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선수도 부족한데 어떻게 살아남을까? 헤타페의 ‘생존 전문가’ 보르달라스

화려한 패스도 없다.

압도적인 점유율도 없다.

경기가 거칠어지고 자주 끊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호세 보르달라스의 헤타페는 살아남는다.

때로는 살아남는 수준을 넘어 유럽대항전까지 올라간다.

최근에도 상황은 쉽지 않다. 공격 자원이 부족하고 선수층도 넉넉하지 않다. 실제로 헤타페는 시즌 초반 득점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9월 21일 말라가전에서도 결국 답을 찾아냈다.

후반 40분 이반 아손의 결승골.

헤타페 1-0 말라가.

예쁘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순간 한 골을 만들었고 승점 3점을 가져갔다. (Diario AS)

이런 경기를 보고 있으면 궁금해진다.

호세 보르달라스는 도대체 어떤 감독일까?

헤타페가 어려워지면 다시 찾는 감독

보르달라스와 헤타페의 관계는 조금 특별하다.

첫 만남은 2016년이었다.

당시 헤타페는 라리가에서 강등된 뒤 2부리그에서도 강등권까지 떨어져 있었다.

그때 보르달라스가 부임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팀을 3위까지 끌어올린 뒤 승격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단 한 시즌 만에 라리가로 복귀시켰다.

승격 첫 시즌에는 8위.

그리고 2018-19시즌에는 헤타페 역사상 최고 성적인 라리가 5위까지 올라갔다.

유로파리그에서는 16강까지 진출했다. (Getafecf)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반복됐다.

2023년 헤타페가 다시 강등 위기에 빠지자 구단은 또 보르달라스를 불러들였다.

남은 경기는 불과 7경기.

보르달라스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잔류를 확정했다. (Getafecf)

위기에 빠진 헤타페가 결국 다시 찾은 사람이 보르달라스였다.

그런데 왜 보르달라스의 축구는 호불호가 갈릴까?

보르달라스의 축구를 처음 보면 당황할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페인 축구와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후방에서 짧은 패스를 계속 연결하며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아니다.

상대가 편하게 경기하도록 놔두지도 않는다.

강하게 압박한다.

몸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상대 공격의 흐름이 만들어지기 전에 끊는다.

그리고 공을 되찾으면 최대한 빠르게 상대 골문으로 향한다.

보르달라스의 헤타페가 전술적인 파울까지 활용하며 상대가 리듬을 타지 못하게 하는 팀이라는 분석도 오래전부터 따라다녔다. (ESPN)

그래서 그의 축구에는 늘 상반된 평가가 존재한다.

누군가는 현실적인 축구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지나치게 거칠고 재미없는 축구라고 말한다.

하지만 보르달라스 입장에서는 질문 자체가 다를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진 선수들로 어떻게 이길 것인가?”

보르달라스는 자신의 축구만 고집하는 감독도 아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보르달라스라고 하면 흔히 4-4-2와 강한 압박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하나의 포메이션만 고집했던 감독은 아니다.

헤타페를 1부리그로 승격시킬 때는 4-2-3-1을 사용하기도 했다.

선수 구성에 따라 시스템을 조정하면서 헤타페에 맞는 방식을 찾아왔다. (ESPN)

즉 핵심은 포메이션 숫자가 아니다.

상대에게 공간과 시간을 쉽게 주지 않는 것.

선수들이 서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것.

공을 빼앗았을 때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도 끝까지 경쟁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것이 보르달라스 축구의 핵심에 더 가깝다.

좋은 축구는 반드시 아름다워야 할까?

바로 이 지점에서 보르달라스가 흥미로운 감독이 된다.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처럼 세계적인 공격수를 여러 명 보유한 팀이라면 팬들은 승리뿐 아니라 경기 내용까지 기대한다.

하지만 헤타페의 현실은 다르다.

보르달라스는 헤타페에 처음 부임했던 시절 UEFA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팀이 리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예산을 가진 선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한 상태에서 어느 팀과도 경쟁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UEFA)

이 철학은 지금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헤타페 경기를 볼 때 점유율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상대가 공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도 보르달라스에게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어디에서 공을 가지고 있느냐다.

위험하지 않은 곳에서 공을 돌리는 것은 허용할 수 있다.

대신 결정적인 공간으로 들어오는 순간 강하게 압박한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기회가 왔을 때는 놓치지 않는다.

말라가전도 전형적인 보르달라스식 승리였다

이번 말라가전이 재미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 전까지 헤타페는 리그 첫 6경기에서 유효슈팅이 12개에 불과했다.

득점도 3골.

공격력이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숫자였다. (Diario AS)

말라가전도 오랫동안 0-0이었다.

그런데 후반 40분 결국 한 번의 기회를 잡았다.

마르틴 사트리아노의 패스를 받은 이반 아손이 수비수들을 제치고 결승골을 넣었다.

1-0.

화려하게 상대를 압도한 승리는 아니다.

하지만 결국 헤타페가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Diario AS)

보르달라스의 축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경기라고 할 만하다.

결과가 그의 축구를 증명해왔다

보르달라스를 단순히 ‘수비적인 감독’이라고만 설명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결국 프로축구 감독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2부 강등권이던 헤타페를 맡아 라리가로 승격시켰다.

승격 후에는 8위를 기록했다.

다음에는 구단 역사상 최고인 5위에 올랐다.

유로파리그에도 진출했다.

2023년에는 강등 위기의 팀으로 돌아와 잔류시켰다.

지난 시즌에는 다시 유럽대항전 진출권까지 확보했다.

헤타페는 이런 성과를 인정해 최근 보르달라스와 계약을 2028년까지 연장했다. 구단은 그를 최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Getafecf)

그리고 최근에는 헤타페 감독으로 공식전 350경기까지 넘어섰다. (Getafecf)

이 정도면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설명하기 어렵다.

헤타페라는 팀과 너무 잘 맞는 감독

보르달라스가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서도 똑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요구되는 축구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타페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선수단이 부족하다.

돈도 많지 않다.

강팀을 만나면 개인 능력에서도 밀린다.

그렇다면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선수들이 움직여야 할 위치를 명확하게 만들고,

상대가 원하는 축구를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최대한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보르달라스는 바로 그것을 해왔다.

그래서 헤타페에서 그의 가치는 단순히 전술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보르달라스는 팀에게 “우리는 강팀과도 싸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감독이기도 하다.

축구에는 이런 감독도 필요하다

최근 우리가 본 브라이튼의 축구는 화끈했다.

빠르게 압박했고 빠르게 공격했으며 디펜딩 챔피언 아스널을 3-0으로 무너뜨렸다.

보는 재미가 있었다.

보르달라스의 헤타페는 정반대에 가까울 때가 많다.

경기가 끊기고,

몸싸움이 많고,

한 골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기도 한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만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축구에서 모든 팀이 같은 조건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다.

가진 선수도 다르고,

쓸 수 있는 돈도 다르고,

목표도 다르다.

그래서 어쩌면 좋은 감독이란 가장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선수들로 가장 경쟁력 있는 축구를 만들어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보르달라스의 축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헤타페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왜 다시 그를 찾았는지,

그리고 왜 구단이 결국 그에게 2028년까지 팀을 맡겼는지는 그의 결과가 설명해준다.

호세 보르달라스.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가진 것이 많지 않은 팀을 데리고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이다.

참고자료

· Getafe CF – 보르달라스 2028년까지 계약 연장
· UEFA – 보르달라스 인터뷰: 노력과 끈기
· Getafe CF – 보르달라스의 헤타페 감독 기록
· AS – 헤타페 1-0 말라가 경기 리포트
· ESPN – 보르달라스의 헤타페 전술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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