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여름, 바르셀로나를 떠나 파리 생제르맹으로 향한 페란 토레스.
당시만 해도 그의 이적을 두고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페란은 바르셀로나에서 완전히 실패한 선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2025-26시즌 공식전 49경기에서 21골 3도움을 기록했고, 라리가에서는 16골을 넣으며 팀의 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런 선수가 26세, 공격수로서 한창 전성기에 접어들 나이에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그리고 불과 한 달이 지났다.
현재 페란의 기록은 놀랍다.
PSG 이적 후 5경기 6골.
챔피언스리그에서는 PSG 유니폼을 입고 처음 출전한 경기에서 해트트릭까지 기록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좋은 시즌을 보냈던 공격수가 왜 팀을 떠났고, PSG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중심 선수로 올라선 것일까?
바르셀로나에서도 사실 못했던 선수가 아니다
페란을 이야기할 때 먼저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있다.
이번 활약을 단순히 ‘바르셀로나 실패자의 부활’이라고 표현하면 정확하지 않다.
페란은 2021년 12월 맨체스터 시티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뒤 4년 반 동안 공식전 207경기 65골을 기록했다.
그 기간 라리가 우승 3회, 코파 델 레이 우승 1회, 스페인 슈퍼컵 우승 3회까지 경험했다.
특히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5-26시즌에는 공식전 49경기에서 21골을 기록했다.
라리가에서는 16골을 넣으며 라민 야말과 함께 스페인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해 사라 트로피까지 공동 수상했다.
즉 경기력이 떨어져 바르셀로나에서 밀려난 선수가 아니다.
오히려 상당히 좋은 시즌을 보낸 뒤 새로운 선택을 한 것이다. (FC Barcelona)
월드컵 결승골이 페란의 위치를 완전히 바꿨다
그리고 2026년 여름 페란의 축구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스페인은 뉴욕에서 아르헨티나와 우승을 놓고 맞붙었다.
페란은 교체로 출전했고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스페인에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안긴 골이었다.
좋은 클럽 공격수였던 페란이 세계 축구의 가장 큰 무대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월드컵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PSG가 움직였다.
PSG는 8월 15일 페란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31년까지.
정확한 이적료는 양 구단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주요 보도에서는 약 5,000만 유로로 알려졌다.
PSG를 이끄는 감독은 루이스 엔리케.
페란에게는 낯선 지도자가 아니다.
스페인 대표팀에서 이미 함께했던 감독이었다. (Reuters)
PSG에서도 처음부터 모든 것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페란이 PSG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경기를 지배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PSG 자체가 시즌 초반 흔들렸다.
리그 첫 세 경기에서 거둔 승점은 고작 2점이었다.
지난 시즌 유럽 정상에 올랐던 팀답지 않은 출발이었다.
페란 역시 경기마다 골을 넣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은 경기가 나왔다.
바로 챔피언스리그였다.
PSG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에서 해트트릭
9월 9일 PSG는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첫 경기에서 슬로반 브라티슬라바를 만났다.
결과는 PSG 6-1 승리.
그리고 이날 가장 주목받은 선수 중 한 명이 페란이었다.
31분 첫 골.
후반 47분 두 번째 골.
그리고 57분 세 번째 골.
해트트릭.
PSG 유니폼을 입고 치른 자신의 첫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세 골을 터뜨렸다. PSG 역사상 챔피언스리그 첫 출전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Reuters)
더 놀라운 기록도 있다.
이 경기까지 페란은 PSG에서 불과 4경기, 약 200분을 뛰었는데 이미 5골을 기록했다.
PSG 입단 후 첫 4경기에서 5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구단 역사에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이후 페란이 두 번째였다. (L’Équipe)
단순히 한 경기에서 운 좋게 여러 골을 넣었다고 보기 어려운 출발이다.
그리고 리그에서도 PSG를 구했다
챔피언스리그 해트트릭 이후 첫 리그 경기에서도 페란은 다시 등장했다.
상대는 브레스트.
PSG는 리그 개막 후 세 경기에서 승리가 없었기 때문에 반드시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경기 시작 불과 5분.
페란이 직접 공격의 출발점이 됐다.
중원에서 공을 잡아 주앙 네베스에게 연결했고, 우스만 뎀벨레를 거쳐 다시 페란에게 공이 돌아왔다.
페란은 낮게 감아 찬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정확하게 공략했다.
결국 PSG는 이 한 골을 끝까지 지켰다.
브레스트 0-1 PSG.
PSG의 2026-27시즌 리그 첫 승리였다.
그리고 결승골의 주인공은 또 페란이었다.
이 골로 PSG 입단 후 기록은 5경기 6골이 됐다. (Reuters)
PSG에서는 왜 더 위협적으로 보일까?
페란의 장점은 전형적인 장신 스트라이커와 조금 다르다.
공을 잡고 수비수 여러 명을 제치는 것보다 공이 없는 상황에서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이 좋은 공격수다.
측면에서 출발할 수도 있고 중앙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수비수 사이 공간을 파고들면서 마지막 순간에 슈팅 위치를 잡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특징은 PSG 공격진과 잘 맞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뎀벨레처럼 직접 수비를 흔들고 마지막 패스를 넣을 수 있는 선수가 주변에 있다면 페란이 공간으로 침투할 기회가 많아진다.
실제로 슬로반 브라티슬라바전에서도 뎀벨레는 2골과 2도움을 기록했고 페란의 해트트릭과 함께 PSG 공격을 이끌었다. (Reuters)
루이스 엔리케가 페란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선수의 장점을 이미 알고 있는 감독 밑에서 자신의 움직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난 것이다.
그렇다면 바르셀로나는 페란을 보내고 후회할까?
아직 이 질문에 답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바르셀로나에는 라민 야말과 하피냐를 비롯한 강력한 공격 자원이 있고 페란을 보낸 뒤에도 공격력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다.
더구나 페란 역시 바르셀로나에서 부진해서 떠난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지금 상황을 단순하게 ‘바르셀로나의 실수’라고 결론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PSG는 약 5,000만 유로로 전성기에 접어든 스페인 대표 공격수를 데려왔고, 현재까지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월드컵 결승골.
PSG 이적.
챔피언스리그 데뷔전 해트트릭.
그리고 PSG의 시즌 첫 리그 승리를 만든 결승골.
불과 몇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페란의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물론 5경기 6골만으로 PSG에서의 성공을 확정할 수는 없다.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다.
상대 팀들이 페란의 움직임을 분석하기 시작하면 지금보다 견제가 강해질 것이고, PSG 내부에서도 치열한 주전 경쟁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골의 숫자보다 이 흐름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출발만 놓고 보면 페란 토레스의 선택은 성공적이다.
바르셀로나에서 21골을 넣었던 공격수.
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을 세계 정상으로 올려놓은 공격수.
그리고 이제 PSG에서 5경기 6골을 기록하고 있는 공격수.
페란은 갑자기 축구를 잘하게 된 선수가 아니다.
어쩌면 지금의 모습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득점 능력이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역할과 팀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 지켜봐야 할 질문도 달라졌다.
“페란이 PSG에서도 통할까?”가 아니다.
이제는 오히려,
“페란은 PSG에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시간이 시작됐다.
참고자료
FC Barcelona 공식 발표 및 선수 기록
Paris Saint-Germain 공식 발표 및 경기 자료
UEFA Champions League 경기 자료
Reuters
프랑스·스페인 주요 스포츠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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