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파운드 썼는데 4경기 0골…토트넘 데 제르비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나?

2026년 여름 토트넘 홋스퍼는 완전히 달라질 준비를 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7위.

마지막 경기까지 강등을 걱정해야 했던 토트넘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3억 파운드 이상을 투자하며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에 나섰다.

산드로 토날리, 마테우스 페르난데스, 얀 폴 반 헤케를 비롯해 사비우와 오마르 마르무시까지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했다.

그리고 이 선수들을 이끌 감독은 로베르토 데 제르비(Roberto De Zerbi)였다.

브라이턴 시절 공격적인 빌드업 축구로 프리미어리그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감독.

지난 시즌 막판 위기에 빠진 토트넘을 구해냈던 감독.

많은 돈을 투자한 토트넘과 데 제르비의 공격축구가 만나면 이번 시즌에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시즌이 시작되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4경기 0승.

그리고 더 충격적인 숫자.

4경기 0골.

공격축구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데 제르비의 토트넘은 왜 골을 넣지 못하고 있을까?

데 제르비는 토트넘을 강등에서 구한 감독이다

지금의 부진만 보면 데 제르비가 왜 토트넘 감독이 됐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전 상황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데 제르비가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것은 지난 3월 31일이었다.

당시 토트넘은 심각한 강등 위기에 빠져 있었다.

데 제르비 부임 이전 리그 13경기에서 토트넘이 얻은 승점은 단 5점.

하지만 데 제르비가 지휘한 마지막 7경기에서는 승점 11점을 따냈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 에버턴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결국 프리미어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데 제르비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었다.

살아남는 것이었다.

시간도 부족했다.

그래서 데 제르비 역시 당시에는 세밀한 전술보다 선수들의 정신력과 조직력, 투쟁심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잔류라는 급한 불을 끈 뒤 진짜 데 제르비의 토트넘을 만드는 작업은 이번 여름부터 시작됐다. (Reuters)

토트넘은 여름에 3억 파운드 이상을 썼다

토트넘은 데 제르비에게 상당한 지원을 해줬다.

산드로 토날리.

마테우스 페르난데스.

얀 폴 반 헤케.

앤디 로버트슨.

사비우.

오마르 마르무시.

기존 선수단을 조금 보강한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새로운 팀을 만드는 수준의 변화였다.

여름 지출은 3억 파운드를 넘어섰다.

특히 토날리와 마테우스 페르난데스 등 중원에 큰돈을 투자하면서 데 제르비가 원하는 후방 빌드업과 점유율 축구를 구현할 수 있는 선수들을 확보했다.

데 제르비 역시 시즌을 앞두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시즌에는 잔류를 위해 싸웠지만 이제는 경기 스타일과 조직력, 플레이의 질을 끌어올려 프리미어리그 상위권과 경쟁하는 팀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토트넘 홋스퍼)

그런데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가장 기본적인 것이 나오지 않고 있다.

골이다.

4경기를 했는데 아직 한 골도 없다

토트넘은 리그 개막 이후 4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2무 2패.

승점은 2점.

그리고 득점은 0골이다.

첫 세 경기에서 득점하지 못한 토트넘은 노팅엄 포레스트와 0-0으로 비기며 첫 승점은 얻었지만 공격에서는 다시 답을 찾지 못했다.

데 제르비는 경기 후 마지막 3분의 1 지역에서 선수들의 판단이 더 좋아져야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침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4번째 경기.

홈에서 에버턴을 만났다.

이번에도 결과는 0-0이었다.

결국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시즌 개막 후 첫 4경기에서 모두 득점하지 못하는 기록을 남겼다. (가디언)

3억 파운드 이상을 쓴 팀.

공격축구로 유명한 감독.

그런데 4경기 0골.

당연히 팬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단순히 스트라이커 한 명이 아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원인은 스트라이커다.

토트넘 역시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

오마르 마르무시를 맨체스터 시티에서 임대로 데려왔고 도미닉 솔란케도 있지만 아직 공격진의 조합이 완성되지 않았다.

마르무시는 토트넘 공식 인터뷰에서 선수들 모두 리그에서 아직 골을 넣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데 제르비가 보는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노팅엄 포레스트전만 봐도 토트넘은 슈팅을 12개 기록했다.

문제는 유효슈팅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데 제르비는 당시 토트넘이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 자체는 여러 차례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패스를 잘못 선택하거나, 크로스가 너무 길거나, 슈팅해야 할 순간에 다른 선택을 하는 식으로 공격의 마지막 과정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했다. (토트넘 홋스퍼)

즉 지금 토트넘의 문제를 단순히

“좋은 스트라이커가 없어서 골을 못 넣는다”

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공격 과정 전체가 아직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데 제르비 축구는 생각보다 어려운 축구다

여기서 데 제르비의 축구 스타일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의 축구에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 빠르게 앞으로 공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수비 지역에서부터 짧은 패스를 연결하면서 상대의 압박을 끌어낸다.

상대 선수가 앞으로 나오면 그 뒤에 공간이 생긴다.

그 순간 빠른 패스로 압박을 벗어나면서 공격수에게 공간을 만들어준다.

제대로 작동하면 상대 수비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

브라이턴 시절 데 제르비의 축구가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다.

하지만 반대로 선수들 사이의 이해도가 부족하면 문제가 생긴다.

누가 내려와서 공을 받을지.

누가 상대 선수를 끌고 갈지.

어느 순간 전진 패스를 해야 할지.

마지막 순간에 패스와 슈팅 중 무엇을 선택할지.

선수들이 같은 판단을 해야 한다.

이번 여름 토트넘은 선수단 자체가 크게 바뀌었다.

따라서 좋은 선수들을 많이 영입했다고 해서 곧바로 데 제르비의 축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데 제르비도 포레스트전 이후 “이적시장 종이 위의 선수 명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이제부터 팀과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토트넘 홋스퍼)

결국 ‘멘탈 블록’까지 언급한 데 제르비

에버턴전에서도 골이 나오지 않자 데 제르비는 흥미로운 표현을 사용했다.

Mental block.

일종의 심리적인 장벽이다.

4경기 동안 승리가 없고 한 골도 넣지 못하면서 선수들이 득점 자체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공격수에게 이런 상황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골이 나오지 않으면 더 빨리 슈팅하려 한다.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패스에서도 고민하게 된다.

한 번의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에서는 더 큰 압박을 느낀다.

그 결과 오히려 판단이 늦어지고 공격은 더 답답해질 수 있다.

토트넘 팬들 역시 에버턴전 종료 후 야유를 보냈다.

이제 토트넘이 싸워야 하는 상대는 상대 수비수뿐 아니라 ‘언제 첫 골이 나올 것인가’라는 압박감까지 된 셈이다. (TEAMtalk)

그렇다면 데 제르비는 벌써 경질 위기일까?

아직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리그는 고작 4경기를 치렀다.

무엇보다 토트넘은 불과 몇 달 전 데 제르비 덕분에 강등 위기에서 살아남았다.

새로운 선수들도 많다.

데 제르비의 축구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이들이 서로의 움직임을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보도에서도 토트넘 구단이 즉각적인 감독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데 제르비에게 시간을 주면서 새 선수들이 적응하기를 기다리는 분위기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기다릴 수도 없다.

토트넘은 이번 여름 3억 파운드 이상을 투자했다.

그 정도의 투자는 단순히 강등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적어도 유럽대항전 진출권, 더 나아가 상위권 경쟁을 목표로 한 투자다. (TEAMtalk)

3억 파운드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현재 토트넘을 보면 축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드러난다.

돈을 많이 쓴다고 곧바로 강한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선수들을 모으는 것과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토트넘은 이번 여름 많은 선수를 영입했다.

데 제르비라는 명확한 축구 철학을 가진 감독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둘을 연결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앞으로 몇 경기가 중요하다.

첫 골이 터지고 첫 승리가 나온다면 지금의 답답함이 빠르게 사라질 수도 있다.

반대로 무득점과 무승이 계속된다면 선수들의 자신감은 더 떨어지고 팬들의 압박은 훨씬 커질 것이다.

불과 몇 달 전 데 제르비는 토트넘을 강등에서 구한 영웅이었다.

그리고 토트넘은 그에게 3억 파운드가 넘는 새로운 선수단을 안겨줬다.

그런데 시즌 첫 4경기가 끝난 현재,

토트넘은 아직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모습은 새로운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겪는 일시적인 시행착오일까.

아니면 토트넘과 데 제르비 사이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일까.

데 제르비의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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